New Chapter of Chanel |버지니 비아르와 샤넬의 새로운 챕터
칼 라거펠트 이후, 버지니 비아르의 시대
지난 2019년 칼 라거펠트의 부고 소식 이후, 샤넬을 이끌어가고 있는 총괄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 30여 년간 라거펠트의 오른팔로 활약하던 그녀가 샤넬의 현재를 그린다. 비아르의 데뷔 쇼, 2020 크루즈 컬렉션은 샤넬의 헤리티지에 모던한 아이디어를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집을 나서기 전에 룩의 한 가지를 제외해보라.”는 가브리엘 샤넬의 조언처럼, 다소 미니멀한 느낌을 더한 듯. 이후 2021 F/W 쿠튀르 쇼는 펜데믹으로 인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됐는데, 샤넬에서 보기 힘든 펑크 무드가 눈길을 끌었다. 비아르는 “가브리엘 샤넬보다는 칼 라거펠트에게서 더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유명한 브랜드의 가장 덜 알려진 디자이너
라거펠트의 뒤를 이을 수장으로 숱한 스타 디자이너의 이름들이 거론되었지만,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것은 조용한 성격의 버지니 비아르였다. 광고와 마케팅 등 샤넬의 브랜딩을 담당하는 이미지 디렉터로는 라거펠트와 함께했던 에릭 프룬더(Eric Pfrunder)가 함께하지만 컬렉션에 대한 전반적인 총괄 디렉터는 비아르다. 샤넬 앰배서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녀에 대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2018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7 Days Out>에서 라거펠트는 “그녀는 나만 아니라 아틀리에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녀가 내 주변에 없을 때 우리는 항상 통화를 하고 있다.”라며 총애를 아끼지 않았다.
칼 라거펠트를 만난 버지니 비아르
라거펠트의 타계 전, 2019 S/S 컬렉션 피날레에 그와 함께 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버지니 비아르. 그녀는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나 의사 부모님 밑에서 자랐는데, 텍스타일 공장을 운영했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지 어릴 때부터 패션을 장래희망으로 삼았다. 영화 코스튬 디자이너 도미니크 보그의 어시스턴트로 근무하며 패션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이후 그녀의 부모님의 이웃이 칼 라거펠트와 친분이 있던 모나코의 공녀와 연이 닿아, 운명처럼 만남이 시작됐다. 그녀는 일상복보다 아트워크가 많은 무대의상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라거펠트를 만나며 가치관도 변했다.
조용하고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다
버지니 비아르는 1987년 샤넬의 오트쿠튀르 팀의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팀에는 인원이 많지 않았다고. 곧 그녀는 라거펠트의 신임을 얻으며 정규직이 되었다. 1992년에 라거펠트가 이전에 몸담던 끌로에로 돌아갈 때도 비아르는 라거펠트와 함께였다. 그녀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는 커리어다. 이후 라거펠트가 먼저 샤넬로 돌아오고, 1990년대 후반에 비아르가 샤넬에 다시 합류했는데, 샤넬의 전성기로 평가 받는 이때 비아르가 브랜드에 영향력을 끼졌다고. 라거펠트의 디자인 팀 에릭 라이트(Eric Wright)는 그녀의 작품에 대해, “럭셔리하고, 장인정신을 중요시하며, 아름답다. 게다가 놀랍게도 실용적이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샤넬의 변화? 클래식 모델 vs 개성파 셀럽
최근 샤넬의 행보 중 단연 눈에 띄는 점은 앰버서더와 모델 기용에 있어 인종적 다양성과 외모적인 개성, 그리고 셀러브리티의 영향력까지 고려하는 것. 과거에는 까트린느 드뇌브, 스텔라 테넌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 클라우디아 쉬퍼 등 귀족적인 외모를 지닌 모델들이 샤넬을 대표했다. 최근 몇 년간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윌로우 스미스, 릴리 로즈 뎁 등 젊은 층에게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개성파 셀럽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트렌드와 함께한 샤넬
특히, 2021 F/W RTW 컬렉션의 홍보대사로 K팝 스타 3인을 섭외한 것은 이례적인 일! K팝 가수로 활동하는 지드래곤, 제니, 빅토리아부터 한국 모델 수주까지. K팝 가수들의 파급력, 그리고 아시아인들의 구매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전까지 90년대를 풍미한 혼혈 모델 데본 아오키 또는 80년대 후반 모델로 활동한 키모라 리 시몬스 등 개성파 모델도 주목받았으나, 샤넬의 이러한 행보는 눈여겨볼만하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시 서울에서 열린 2016년 크루즈 컬렉션부터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팝업 부티크까지, 샤넬에서 한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은 기정사실. 한국 스타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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